지난 주 보스턴으로 출장을 다녀왔다. 트레이더는 출장을 할 일이 없는 직종이라 다른 직장인들이 출장다니는 것이 그렇게 부러웠는데, 드디어 나도 출장이란 걸 해 보는구나 싶었다. 사실 출장이라기보다는 팀 미팅이었다. 우리 팀은 보스턴에 5명, 뉴욕에 5명 나뉘어져 있기 때문에 처음으로 서로 얼굴을 보는 기회였다. 그리고 켄쇼를 인수한 S&P 글로벌의 CEO가 캠브릿지 본사를 방문하는데, 우리 팀은 따로 개별 면담을 하도록 팀장님이 주선을 해 주셔서 15분간 더그 피터슨과 독대할 기회를 얻었다. 작년 라자드 CEO 켄 제이컵스와 함께 옆자리에 앉아 내 데이터 사이언스 프로젝트를 설명할 때도 정말로 신기했는데, 더그 피터슨과도 방 안에서 독대를 하다니 여러 모로 수완이 좋으신 팀장님께 감사했다.

오랜만에 보스턴으로 돌아오니 감회가 새로웠다. 그 일이 불과 3년 전이었구나 싶으면서도 아마득하게 느껴진다. 이제는 그 사람들을 생각하면 마음 속에 분노감은 없는데 아직도 경멸감은 남아 있다. 그래도 그런 사람들마저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할까? 모두에게는 모두의 사정이 있는 법일까. 어찌보면 슬픈 사람들이기도 하다, 란 생각도 하다 그냥 괜시리 음울해질 것 같아 그만 생각하기로 했다. 어찌되었든 나는 실패와 후회의 연속이었던 20대 중후반과 30대 초반을 뒤로 하고 지금 나름의 궤도에 다시 올라왔다. 지나간 일은 큰 교훈이 되었고 나를 성숙하고 겸손하게 만들어 실력을 닦게 만들었으니 감사하면 된다. 그 사람들에게 감사할 마음이 들지 않더라도 그 시간들에 감사하면 그만이다. 

이제 켄쇼 다음의 길도 윤곽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초석을 다지며 나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