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York (2017 – 2021)

[2018.01.10]비트코인 광풍 II

Author
Irealist
Date
2018-01-11 00:53
Views
640

오늘도 한 친구가 내게 비트코인에 대해 물어봤다.

솔직한 대답으로는 나는 잘 모른다. 하지만 눈감고 귀닫고 건드리지 말라고 하고 싶다. 아무리 내가 트레이더였다지만 주식 트레이더가 채권 트레이딩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채권 트레이더가 옵션 트레이딩에 대해서 잘 모르고, 옵션 트레이더가 원자재 트레이딩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데, 하물며 전혀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고 다른 자산과 성질도 다른 상품에 대해 얼마나 알 수 있겠는가. 블록체인에 대해서도 대략적인 원리만 알 뿐 세부적인 기술사항이나 전망에 대해서도 모른다. 하지만 확실한 것들 몇 가지는 있다.


1. 비트코인은 미국시장보다 한국시장에서 20% 이상 높게 거래되고 있다. 한국에 숏가능한 메커니즘이 존재하지 않는 모양이고 한국인들이 투기 성향이 강해서인듯 한데, 이것은 항상 나쁜 신호다.


2. 비트코인의 유사 잡코인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아인슈타이니윰이라는 둥 오만 코인이 성행하는데, 코인이 어떠한 거래수단으로써 확정적인 지위를 갖기 위해서는 이런 다원화된 구도가 굉장히 악영향을 미친다.


3. 블록체인이 뭔지조차 잘 모르는 사람들도 비트코인을 이야기하고 투자하기 시작했다. 상품이 무엇인지를 막론하고 이러한, 소위 트레이딩계 용어로 당나귀(donkey)나 물고기(fish) 같은 호구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는 것은 적신호다. 


4. 비트코인에 연동된 코인들이 많다. KRW로는 사지 못하지만 BTC로 가격연동된 코인들이 많다. 그 말은 비트코인에 대한 의존성이 높고 연동된 리스크도 높다는 뜻이다.


5. 변동성이 지나치게 높다. 비트코인 가격이 높아지고 사람들이 물밀듯이 들어올수록 가격 상승 여력은 낮아지고 변동성은 높아진다. 두 가지 다 투자처로서 매력을 낮추는 요인이다.


6. 결정적으로, 양자컴퓨터가 상용화되면 비트코인은 무용지물이 된다. 모든 암호화 체계가 바뀌는 점도 있고, 네트워크 상의 나머지 51%의 합의를 깰 정도로 강력하기도 하기 때문인데, 물론 이를 염두해둔 가상화폐가 나오고 있다고는 들었다.


그럼에도 가상화폐는 앞으로 계속 오를 수 있다. 그래서 지금 늦었다고 안들어갔다가 더욱더 폭등하는 것을 보고 피눈물 흘릴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모두 결과론적인 이야기다. 올바른 트레이드는 승패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진입 당시에 리스크 대비 수익이 어떤가로 판단할 뿐이며, 올바른 트레이드가 손실을 낳을 수도 있지만 이를 지속하면 언젠가는 통계적으로 승리하게 된다. 요즘 비트코인을 사는 사람 중에는 결과과 현상에만 정신이 팔려 있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고, 그들은 100% 수익을 내기 위해서 100% 손실을 감수할 준비가 되어야 한다는 단순한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 


무엇보다도, 트레이딩이 업이 아닌 사람이 이런 식으로 100%, 1000% 수익을 한 번이라도 맛보고 나면, 그 사람은 두번 다시 월급쟁이 회사 생활을 하지 못한다. 100만원으로 1000만원을 쉽게 만들었던 사람은, '아, 왜 내가 1000만원을, 1억을 그때 넣지 않았을까'를 고민하며, 월 300만원 들어오는 월급으로는 성에 안찬 채 회사일은 관심이 끊어지고 뒷전으로 한 채 또 1000% 수익을 찾아 헤매다 언젠가 큰 손실을 입게 된다. 심리학적으로 검증된 연구 결과에서도, 돈을 딸 때의 기쁨은 돈을 잃을 때의 행복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100만원을 1000만원으로 만들었다가 다시 900만원을 잃어 100만원이 되면 금전적으로는 본전일 뿐인데, 사람은 그렇게 고통스러울 수가 없다. 반대로, 1000만원을 투자했다가 잃어 100만원이 된 것을 나중에 1000만원으로 복구해도, 뛸 듯이 기쁘지 않고 자기가 고통스러웠던 시간들에 대한 보상심리가 작동하면서 좀 더 벌어야만 한다는 생각에서 헤어나질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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