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York (2017 – 2021)

[2018.04.12]허세

Author
Irealist
Date
2018-04-13 05:10
Views
453

허세는 자의식 과잉인 20대 남자에게는 필수불가결하게 따라오는 부산물이다. 나도 한때 한 허세했었다. 여러 번의 실패를 하면서 조금이나마 겸손해지긴 했지만, 아직도 완전히 씻어내지는 못했을 것이다. 20대에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으면서 자기생각에 많이 사로 잡혀 있는 사람들에게 흔히 관찰되는데, 아마 피크는 학교를 졸업하고 업계에서 어느 정도 신입티를 벗었을 때가 아닐까 한다. 


이런 조건에 완벽히 들어맞는 부류가 3~5년차 트레이더들이다. 유학와서 취업도 성공했겠다, 신입 때의 긴장감도 사라지고 후임도 들어왔겠다, 또래에 비해 돈도 많이 벌겠다, 한창 마음이 들뜬다. 나도 돌이켜보면 그 당시에 가장 심했고, 지금 주변에 트레이더인 후배들을 보면 3년차부터 허세가 쩔기 시작한다. 페이스북이나 커뮤니티에 똥글을 생산하지 않고는 못 배긴다. 그런데 곰곰히 돌이켜보면 허세는, 몇 년이 지나 나의 손발이 오그라들고 이불킥을 하는 부작용을 차치하고라도, 기본적으로 지극히 어리석기 짝이 없는 전략이다. 예를 들어 트레이딩에 관하여 허세를 부린다고 한다면, 주변 사람들의 우와하는 것이라던가, 이성들의 댓글에 도취되기 십상인데, 결국은 본인보다 실력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멸시를 받는 한편, 본인보다 실력이 없고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동경과 질투를 동시에 받기 마련이다. 즉, 그런 허세로 인해 얻는 이득이란 건 본인보다 트레이딩을 모르는 사람에게 받는 환호 정도인데 그게 본인의 정신적 자위에 도움 될지는 몰라도 사실상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법이다.


그보다 더 심각한 부작용은, 3~5년차 정도의 어설픈 준전문가의 실력에서 나오는 말이나 글이란게 결국은 똥냄새가 나기 마련이라서, 똥파리들이 미친듯이 꼬인다. 트레이딩의 경우에 똥파리란 바로 그 똥냄새 풍기는 준전문가를 이용해서 돈을 좀 벌어보려는 작자들이다. 특히 한국같이 신용사회가 아닌 곳에는 돈 될만한 게 있겠다 싶은 곳에는 기가 막히게 온갖 사기꾼 쓰레기들이 다 엉겨붙는다. 자의식 과잉이 된 똥냄새 풍기는 준전문가는 보통 엘리티시즘도 있기 마련이라, 본인이 사회의 머리꼭대기에 있다고 생각하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사기꾼 각다귀같은 무리에게 그런 풋내기는 먹잇감일 뿐이다. 조금만 옆에 붙어서 전문가 소리하며 사회적 감투만 조금 씌워주면 각다귀 무리의 꼭두각시가 되어 이용당할만큼 이용당한 후 버려진다.


그러고 나서 과연 각다귀 무리를 탓할 것인가? 아니다. 탓해 봤자다. 애초에 똥냄새를 풍긴 것은 본인인데 똥파리를 탓해 무엇하리. 준법의식이 있는 일반 시민들이 살고 있는 사회에서 마치 평행세계처럼 한발짝만 옆으로 잘못 디디면 거기엔 아귀지옥이 있다. 허세를 부리는 행위, 아주 자그마한, 본인의 자의식을 고취하기 위한 보잘 것 없는 자위 행위가 뱀의 아가리처럼 먹잇감을 노리는 그런 아귀지옥의 문으로 들어가는 티켓이 될 줄을 20대 갓 사회에 나온 핏덩이들이 어찌 알 수가 있으랴. 하지만 결국은 다 업보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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