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York (2017 – 2021)

[2018.02.04]한국 사회

Author
Irealist
Date
2018-02-05 07:06
Views
466

한국이 더 나은 사회가 되기 위해선 어떤 일들이 필요할지에 대한 주관적 의견들을 기록해 둔다.

1. 소득세 인하 및 자산세 인상

우파는 사람의 노력에는 그에 응당한 대가가 따라야 하며, 그것이 옳은 자본주의 시장경제라고 주장하며 낮은 세율을 지향한다. 그리고 좌파는 소득 불평등을 이야기하며 높은 누진세율을 주장한다. 하지만 그들의 논의는 항상 소득세에 한정되어 있다. 내 입장에서는 둘 다 위선적인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 사회는 이미 소득이 높아서 부자가 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현재 한국 사회의 문제점은 노력하는 사람이 아무리 노력하고 아무리 소득이 높아도, '조물주 위의 건물주'라는 말처럼 이미 자산을 보유한 계층을 따라잡을 수 없게 해 놓았다는 점이다. 좌파들이 소득세율을 스웨덴처럼 해서 복지 국가를 만들자고 하지만 스웨덴은 겉으로는 좋아보여도 사실상 아무리 노력해도 계층 이동을 할 수 없는, 이미 부자였던 사람들은 영원히 부자인 닫힌 사회다. 경제적 평등을 지향한다면서 자산세 및 상속세를 손대지 않고 소득세율 인상만 주장하는 진보 좌파 정치인들은 본인들이 건물주인 위선자거나, 혹은 현실감각이 없는 것이며, 현재 실현되지도 않고 있는 능력주의,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이상을 내세우는 우파들 또한 너무나도 이기적이라고 생각한다.

더 나은 사회를 위해서는 소득세는 낮추고 자산세를 높여야만 계층이동이 노력으로 되는 사회가 올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이 그렇게 말처럼 단순한 것은 아니다. 자산세를 높이면 그 고통은 세입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뿐이므로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한편으로는 아무리 조심스럽게 접근하더라도 그렇게 하여 필연적으로 부동산이 폭락하면 그 정치인의 정치인생이 과연 지속될 수 있을까. 이 많은 요인들을 감내하고서도 장기적인 비전을 보고 사회적 합의를 할 수 있을 정도로 한국 사회가 성숙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2. 상속세 인상 및 포괄적 편법 징벌

삼성 이재용 회장은 수조원을 상속받고도 편법으로 16억의 상속세만 냈다. 그러고서도 아무런 응보를 받지 않고 버젓히 있다. 한국 사회는 그냥 대놓고 불공정하고 신뢰가 없는 사회다. 이러한 편법에 대해 포괄적으로 강한 징벌을 해야 하는데, 과연 그게 가능할까. 모 재벌 기업 재무팀에서 일하는 지인의 말로는 매 달 분식회계의 규모가 상상을 초월한다고 한다. 그것을 벌하는 날이 과연 오기나 할까.

3. 재벌 혁파

내가 이 이야기를 했더니 콜럼비아에서 경제학 쪽 박사를 하는 사람이 '한국 재벌이 무너지면 한국 경제가 어떻게 될거라 생각하세요?' 하면서 반감을 표시했다. 이런 생각이 아마 한국에서도 횡행할 것이고, 그것이 재벌 혁파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생각한다. 건물주들이 부동산 시장을 볼모로 잡고 있듯이, 재벌들도 경제를 볼모로 잡고 있는 형국이다. 나도 사실 몇 년 전만 해도 그런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이것이야말로 쌍팔년도 사고 방식이다. 지난 10년, 아니 20년 간 미국에서 새로운 부를 창출한 기업들은 포드나 GE가 아니라,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이었다. 삼성, 현대같은 기업들은 전자에 속하는데, 한국에서는 이 기업들이 경제를 꽉 잡고 아마존이나 구글같은 신흥 혁신기업들이 나오는 것을 견제하고 있는 형국이다. 노동법 변호사를 하는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뜰 것 같은 스타트업이 있으면 대기업쪽에서 지분 인수를 해서 온갖 장난을 다 친다고 한다. 그럼에도 '재벌 없으면 경제가 무너진다'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 재벌이 아닌 그런 사람들의 의식 수준이 미래 경제를 좀먹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이 무너지더라도, 한국 경제가 단기적으로 무너지더라도, 사회 구성원 모두가 고통을 감내하고서 피를 깎는 혁신을 해야만 장기적으로 한국 사회도 비전이 생기고 경제도 자생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가능할까. 그런 사회적 합의가 가능하기나 할까.

4. 자산 비례 벌금제

한국도 미국처럼, 벌금형이나 보상이 자산에 비례하게 책정해야 한다. 동일한 죄에 동일한 벌금 300만원을 선고하는 제도는, 경제적 하위 계층에 대한 역차별이자, 상위 계층이 법을 무시하고 무소 불위로 행동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하지만 자산을 가진자들이 입법, 사법, 행정을 담당하고 있는데, 그것이 가능할까.

그냥 생각나서 써 보았다. 솔직히 하나라도 실현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20대 후반부터 나는, 국가라는 것에 대해 20세기 개념이라는 생각을 해 왔다. 수십년 전에는 경상도/전라도 구도로 생각하고 아웅다웅하던 것이 보편적이었으나 지금은 그것이 구시대적인 적폐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수십년 후에는 국가를 나누는 것도 구시대적인 개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내가 미래에 많은 돈을 벌더라도, 굳이 한국인을 특정하게 도울 생각은 없다. 한국인이든 일본인이든, 더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돕는 것이 맞지 않을까. 200년 전만해도 노예제 찬성하는 백인우월주의자가 보편적이었지만 지금은 그것이 인간 쓰레기같은 발상이 된 것처럼, 언젠가 조국, 애국심 운운하는 것도 고향 출신 따지는 것만큼 촌스럽고 시대착오적인 개념이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머리로는 그렇게 생각하지만 그래도 감정적으로 나는 한국인이고 한국을 사랑하니까, 이런 글이 종종 나오기도 하는 것이다.

써놓고 보니 내가 몇년 전만해도 부정하던 좌파적인 생각들이 많아서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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