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York (2017 – 2021)

[2018.02.07]차별에 대하여

Author
Irealist
Date
2018-02-08 11:59
Views
361

나는 인종차별주의자이자 성차별주의자다. 한국인과 비한국아시아인과 백인과 흑인과 히스패닉을 정말로 순수하게 동일하게 대하지 못한다. 머릿 속으로는 그러려고 하지만, 그리고 겉으로 행동은 politically correct하게 하도록 노력하지만, 그래도 완벽히 모두를 평등하게 대하지 못한다. 내 머릿 속에는 어느 정도 선입견과 편견이 있어 지우려고 노력해도 완전히 지워지지 않는다. 남자와 여자도 마찬가지다. 은연 중에 내 머릿 속에는 남자가 어떤 행동을 할 때와, 여자가 어떤 행동을 할 때 자동반사적으로 드는 느낌과 감정들이 다를 때가 있다. 2세 생각을 할 때도, 이성적으로는 그러면 안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은연중에 딸은 여성스럽게, 아들은 남성스럽게 키워야한다는 무의식이 있는 것 같다.


우리 모두는 인종차별주의자이자 성차별주의자다. 편견과 선입견은 새로운 상황을 직면했을 때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빠른 판단을 내릴 수 있게 하는 생존 메커니즘이다. 치타가 다른 사슴 무리들을 잡아먹는 것을 목격했던 사슴은, 다음에 치타와 대면했을 때 굳이 잡아먹힐 뻔한 경험을 해 보지 않고서도 선입견 덕분에 순식간에 달아날 수 있다. 사람의 사회 생활에 있어서도 이런 편견과 선입견은 사실상 효율적인 도움이 될 때가 많다. 그래서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본능에 의해, 무의식에 지배당해 인종차별주의자이자 성차별주의자가 된다. 인종차별주의자나 성차별주의자는 칼로 자른 듯이 명확하게 나누는 이분법적 개념이 아니고 연속적인 개념이다. 나는 인종차별주의자다,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다가 아니라 얼마만큼 인종차별주의자인지, 얼마만큼 거기서 벗어나려고 노력하고 있는지가 중요한 것이다.


트럼프와 같이 성차별, 인종차별적인 발언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뱉는 쓰레기같은 인간들이 사회적인 승리를 거두고 그런 발언에 대한 아무런 대가를 치르지 않는 것은 다양한 문제를 야기한다. 흔히들 트럼프 대선방송 이후 미국 중고등학교에서 소수인종에 대한 왕따나 혐오 발언이 급증했다고 하는데, 그러한 사건들은 표면적인 현상에 불과하며, 미국 사회는 인종이나 성에 대한 의식이 많이 성숙한 사회이기 때문에 자정 작용을 통해 자연스럽게 개선되어 나갈 문제들에 불과하다. 하지만 정말로 큰 본질적인 문제는, 트럼프같은 극단적, 외향적 인종차별주의자들이 활개침으로써 인해, 소극적, 수동적 인종차별주의자들이 스스로 본인은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라며 선을 그으며 안심할 수 있게 하여, 인종차별 문제가 언제나 지속적으로 노력해야하는, 그렇지 않으면 부정적인 방향으로 평균회귀하는 습성을 가진 괴물이라는 것을 잊게 만드는데 있다. 


우리는 한순간도 있지 말아야 한다. 우리 모두 일정 부분, 아무리 조금이라 할지라도, 누구나 다 약간씩은 인종차별주의자이며 성차별주의자이다. 그것을 잊지 않아야만 더 나은 내가 있을 수 있고, 더 나은 사회가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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