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York (2017 – 2021)

[2017.08.10]새로운 시작

Author
Irealist
Date
2017-08-12 01:46
Views
301

1.

많은 일이 있었지만, 이러나 저러나 어찌되었든 나는 아직도 이 길을 가고 있다. 몇 번째 출발인가 굳이 세어보자면 네번째 정도 될 것 같다. 취업까지는 이런저런 일이 있었어도 계획된 진로를 따라갔기 때문에 실패로 정의하기는 힘들다. 그런 의미에서 첫번째 실패는 시카고 트레이더 시절이었다. 필요한 자금을 모으기는커녕 분수에 넘치는 욕심을 부리다 빚만 가득해서 나왔다. 두번째 실패는 보스턴이었다. 원인 제공은 내가 아니었지만, 내가 진정 실력이 있었다면 애초에 그런 상황이 오기 전에 분별할 수 있었을 것이다. 세번째 실패는 홍콩이었다. 아직까지도 어떤 일이 있었는지 쓰기는 힘들다. 다만, 보스턴 상황에서 더 나아간 케이스라 할 수 있겠다. 어찌되었든 나는 여기 다시 서 있고, 새로운 출발을 하려고 한다.


2.

나는 현재 기로에 서 있다.

무수하게 운동하고 부딪히는 있는 분자들처럼 우리의 인생은 날 때부터 겉으로는 무작위적으로 보이고 어느 정도 무작위성도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곰곰히 따져보면 어느 정도 방향이 정해져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우리가 인생을 '산다'고 생각하지만 태어날 때부터 부모, 환경, 성격, 유전자 등으로 인해 이미 확정적인 인생을 산다. 이따금 마주치는 기로에서 우리는 나름의 선택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애초에 선택지부터 여러 요인들에 의해 제한되어 있기 마련이다. 우리의 인생을 가장 확정적으로 만드는 요인은 다름아닌 습관이다. 습관이 바로 우리의 과거이자 현재이며, 업보에 다름아니다. 외부에서 잠시 동기를 얻어 습관을 바꿔볼 수 있는 관성을 얻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이는 몇 주면 사그라든다. 외부적으로 일어나는 일들도 대부분 외부적 요인과 내 본성이 겹쳐서 일어나는 일들일 뿐이다. 인생을 항해로 비유하자면 우리는 빙산의 끝을 부여잡고서 빙산을 움직이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과도 같다.


이렇게 비관적인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인생을 바꾸는 일이 그만큼 쉽지 않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자신의 의지로 자신의 인생을 바꾼다고 하는 그런 선택들도 차근차근 짚어보면 내적인 요인들이 많다. 그러면 정말 진정으로 본인의 인생을 변화시키는 선택을 하는 건지 아닌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는, 진정한 변화가 있는 선택을 할 때는 반드시 두려움과 고통이 따르는 법이라고 생각한다. 달콤한 선택들, 내가 원하는 것이 주어지는 선택들은 나의 이성적 의지라기보다는 뇌의 보상기제에 따른 선택이다. 물론 그러한 달콤한 선택의 결과가, 고통스러운 선택의 결과보다 나은 경우도 많다. 이성도 결국은 정제된 본능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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