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6.04]죽음 이후의 삶
우리는 죽음 이후에 어떻게 되는 것일까?
처음으로 그 질문을 했던 8살인가 9살 시절의 기억은 어렷풋이 잔상만 남아 있다.
그 시절 나는 누나와 같은 방을 쓰고 있었는데, 아래의 서랍을 당기면 침대가 나오는 형식의 2층 침대였다.
미키 마우스 침대보 위에 오후 4-5시 정도에 홀로 하염없이 누워서 가슴이 먹먹해짐만을 느꼈었다.
하지만 내가 그 당시에 대단한 철학적 사유를 한 것은 아니다.
그 느낌은 단지 미지의 세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울적함이었을 것이다.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거치면서 그러한 질문들은 사춘기 특유의 허영과 과장이 뒤엉켜 내 정체성을 형성했다.
디펙 초프라와 같은 작가들의 책도 읽어보았지만 결국은 우리는 알 수 없는 영역인 것이다.
종교들이 말하는 사후 세계라던가, 혹은 의식의 영역이 무한정 넓어진다던가 하는 이야기는 모두 주장하기 나름이다.
인간의 모든 것은 인간에 의해 과대평가되는 경향이 있다.
우리의 의식과 삶도 마찬가지다. 죽음 이후에는 어떤 것도 없을 수도 있다.
문득 생각나서 적어보았다.
오랜만에 이러한 생각을 했는데, 20대와는 확연히 내 태도가 다름을 느끼고 이렇게 기록한다.
10대에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과 잠재적 상실의 슬픔이었다면, 20대는 외부 세상을 향한 내 현학적 프로파간다의 도구였다.
30대라고 해봐야 초입일 뿐인데 크게 달라진 것이 있다면 아마도 결혼하여 가정이 생겼다는 것이다.
가정을 꾸린다는 것은 신비한 일이다. 그나마 남은 나의 껍데기들도 많이 벗겨내 준다.
20대 중후반에 언제나 허덕이고, 불만족하고, 갈구하였던 내 마음과 달리,
지금은 지금의 나의 삶에 오롯이 만족하여 무언가 나를 포장할 이유가 없다.
그러한 나를 마주하고 이전의 질문들을 상기하게 되면 나의 태도도 확연히 다르다.
죽음 이후의 삶에 아무 것도 없다는 확신이 아니다. 다만, 아무 것도 없어도 상관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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