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York (2017 – 2021)

[2017.04.23]인연

Author
Irealist
Date
2017-04-24 00:36
Views
438

올해 들어 크게 깨달은 것은, 사람은 시시각각 변한다는 것이다. 물론 머리로는 어릴 적부터 알고 있었다. 사람은 변할 수 있다. 하지만 고교 시절 내가 다르고, 20대 초반, 중반, 후반, 그리고 지금의 내가 다른 것은 알면서도, 정작 이를 타인에게까지 확장하지는 못했다. 고교 시절 싫었던 사람은 지금 다시 봐도 싫겠거니 생각하고, 한번 좋았던 사람은 무엇을 해도 좋고, 몇년이 지나도 좋게 보았다. 나 자신의 변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관대하면서도, 타인에게는 여지를 주지 않고 엄격했다. 그러나 이제는 마음으로 이를 받아들이는 것에 익숙해졌다. 아직까지도 부족하지만, 그래도 마음을 조금 더 열고 사람을 바라볼 수 있는 것 같다. 


내가 그저 나이를 먹으면서 성숙해져서 그런건지, 아니면 20대 후반부터 얼마 직전까지의 내가 너무나 싫었기 때문에, 사람의 변화가능성에 대해 더욱더 너그러워지지 않으면 스스로가 견딜 수 없기 때문에 그런건지는 알 수가 없다. 그렇지만 바람직한 변화라고 생각을 한다.


그리고 이렇게 변화가능성에 대해 관대해지면서, 결국은 변화하며 달라지는 인격도 본질이 아님을 깨달았다. 순수했던 나도, 음란마귀가 씌인 나도, 너그러웠던 나도, 치졸했던 나도, 모두 외모라는 껍데기 안에 있는 두번째 껍데기일 뿐이었다. 내면도 다 같은 내면이 아니라 외핵과 내핵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 아닐까. 언젠가는 외모도, 그리고 변화할 수 있는 그 사람의 겉으로 드러나는 성격도 아닌, 정말로 사람의 본질만을 볼 수 있는 날이 올까.


이러한 생각들을 하다보면 인연이라는 것이 얼마나 귀한 것인가 싶다. 수많은 인구 중에 가족, 친지, 친구로 만날 수 있는 단순한 수학적 확률 자체도 극히 적지만, 만난다고 해서 모두가 인연을 이어나가지는 못한다. 만났을 당시에, 두 사람이 어떤 상황인지, 어떤 성격인지, 얼마나 여유가 있는지에 따라 친해지기도, 스쳐지나가기도, 악연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내 상황도 성격도 최악이었고, 여유도 없었던 때 소중했던 사람들에게는 정말로 잘 해야 된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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