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York (2017 – 2021)

[2020.01.02]인문학

Author
Irealist
Date
2020-01-02 07:40
Views
606

오랜만에 누나가 몇 주 놀러와 지냈다.

누나와 인종차별, 여성인권 등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인문학 공부의 필요성을 느낀다. 이과 공부의 효용은 너무나 이과적으로 그것이 계량적으로 증명해낼 수 있는 것들만큼 명확하다. 그러나 문과 공부의 효용은 그것을 공부하면서도, 공부하고서도 명확하지 않지만 가랑비처럼 의식 전반을 적셔 놓는다.

왜 가사노동이 인정받지 못하는지, 사회에서 어떻게 모성애가 당연시되는지, 왜 인종이란 개념이 사회적 산물(social construct)인지 정말 중요한 질문들이지만 동시에 생각하기 귀찮은 어려운 질문들이기도 하다. 어렵고 껄끄러운 질문을 스스로 생각해보는 것은 인문학을 업으로 하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본인의 이익에 직결되어야만 한다. 그래서 사회적 약자일수록 이런 문제를 깊게 생각하게 되는 한편 백인이나 남성으로 대변되는 기득권층은 그러지 않는다. 그러니 남자들이 여성인권에 대해 거론할 때는 "내가 딸 가진 아버지로서" 등의 수식어가 항상 붙는다. "내 이익에 직결되고 나서야"느끼기 때문이다. 그건 나 또한 마찬가지다. 여성 권리에 대해 생각하는 정도가 이전과 아린이를 낳고 나서가 차원이 다르다.

그러나 결국 이런 문제들에 대해 고심하지 않는 사람은 주체적인 삶을 사는게 아니다. 아무리 금전적으로 성공하더라도 그건 사회의 메커니즘에 대한 비판적 사고 없이 그에 따라 노력한 결과뿐이기 때문이다. 그런 아버지이고 싶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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