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김준희

평점: 2점

한줄평을 하자면 저자는 육아 전문가라기보다는 엄마들에게 어필할 줄 아는 비즈니스 워먼에 가깝다. 저자가 영문학과 졸업 후 MIT에서 금융학 석사를 한 배경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일단 서두부터 우쭈쭈식의 공감부터 시작해서 엄마들의 환심을 산다. 읽어보면 공감력이 좋다. 하지만 내용은 여러 전문 서적의 글을 엉성한 레퍼런스와 함께 짜깁기한 것에다, 본인이 두 아이를 키워본 anecdotal 증거들로 점철되어 있다. 

물론 대다수의 한국 육아 서적들처럼 쓰레기스러울 정도로 비과학적이거나 일화적인 근거에 편향되게 의존하지는 않는다. 만약 내가 국내 서적 중에 참고할 것을 고른다면 이 책을 그래도 많이 참고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 면에서 실제 내용은 3점에서 3.5점에 가깝다. 

그럼에도 왜 2점을 주었는가하면, 80퍼센트의 근거가 탄탄한 이야기 속에 섞은 20퍼센트의 근거없는 이야기가 더더욱 큰 독이 되기 때문이다. 차라리 지난 번 명상으로 하는 태교 육아같은 쓰레기책은 현혹될 여지가 없다. 그러나 이 책은 저자의 학벌과 비즈니스 센스와 공감력, 그리고 적절한 짜깁기를 통해 그 안에 섞어놓은 비과학적 이야기들과 일화적인 근거들을 잘 가려놓는다. 

결국은 첫째는 잘못 키운 부분이 많은데 둘째는 이렇게 하니 본인이 너무 편했다는 이야기들이 꽤 많이 나오는데, 베이비 위스퍼 골드처럼 수백 명 이상의 아기들을 접해온 전문가와는 이런 부분에서 너무나 확연히 차이가 난다. 아기를 키우는 것은 너무 강렬한 경험이기 때문에 통계학적으로 아무런 유의성도 없는 본인의 일화적 경험이 굉장히 극대화되서 뇌리에 박히는 것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그것을 과대포장해서 여기저기 섞어놓는 것은 많이 거부감이 들었다.

그 결과로서, 이 책은 본인에게 통한 한 가지 방법을 최적의 방법으로 소개하는 오류를 범할 뿐더러, 다 읽고나서도 검증되지 않은 부분이 많아 선뜻 따라하기 머뭇거려지는 찝찝함을 선사한다. 게다가 각 파트도 본인이 전문성이 없이 전문 서적을 보고 짜깁기한 것이다 보니, 뇌과학도 어설픈 수준에서 멈추고, 영양도, 잠자는 것도, 전부 어설픈 수준에서 멈춘다. 

물론 육아란 것이 완벽하게 과학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수는 없다. 실험 등을 통해 검증한 과학자로서의 렌즈도 필요하지만, 아기를 키워본 경험에서 오는 부분과 상식적인 부분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런데 이 책은 전자도 부족하고, 후자도 두 아이의 케이스 이상 나아가지 못한다. 그 반면 Brain Rules for Baby의 저자는 아동 뇌과학자로, 여러 속설들을 타파해주고 이제까지 뇌과학에서 검증되고 진전된 연구 결과들을 통해로 과학적인 조언을 해 주며, 베이비 위스퍼 골드의 저자는 수백 명의 아기를 안아본 경험을 토대로, 아기마다 기질과 방식이 달라야함을 인지하며, 그래서 아기의 기질을 분류하고 그에 맞는 수유 방식, 잠 방식 등의 연륜있는 해답을 제시해 준다. 

입에 착 달라붙는 캐치프레이즈 만드는 것이나, 엄마들 어르는 것이나, 비즈니스 센스가 남달라서 국내에서 제일 유명한 책인 것은 알겠는데, 내 기준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