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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스파이 - 2점

Author
Irealist
Date
2018-03-19 00:40
Views
278

제목: 스파이

저자: 파올로 코엘료

평점: 2점


파올로 코엘료라고 해서 걸작만 쓰는 건 아닌가보다. "자유롭고 독립적인 여성이라는 것, 그것이 그녀의 유일한 죄였다"라고 책표지 뒷면에 큼지막하게 써 있는데, 그것이 정녕 주제인지 아니면 작가가 주인공을 허영과 사치로 가득한 골 빈 여자로 그리고 싶었는지 혼란스러울 정도로 주인공에게 일말의 연민을 느끼기 힘들도록 썼다. 초반에 교장에게 당한 성폭력과 자바 섬에서 쓰레기같은 남편과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낸 것까지는 내용이 주제의식에 맞게 흘러갔다. 그 뒤로 파리에서 무용가로 성공하여 명성을 쌓은데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그 이후로 책에서 내가 받은 인상은, 나이가 들어감에도 내면이 아름답게 늙지 못하고 추하게 젊은 시절의 명성에 집착하는 자격지심, 그리고 허영과 사치로 얼룩진 모습이었다. 예를 들어, 코엘료가 마타하리의 무죄를 합리화하고자하는 부분 중 한 예는, 빚에 쫓겨 독일군의 2만 프랑을 받았고, 그 제의를 프랑스군에 알려 프랑스를 위해 일하고자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애초에 독일로 간 것 자체가 나이들어가며 젊은 신인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본인은 예전만큼 못하다는 생각을 할 때 어느 카페에서 독일인 남자의 작업을 즐기다가 큰 돈 액수 제의에 놀라 넘어간 것이었다. 게다가 독일로 가서 묘사하는 장면 중에 빚 때문에 받았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그토록 인기 절정의 부와 명성과 인기를 누렸던 사람이 그 나이되서 빚에 쫓기고 있으면 얼마나 사치가 심했을까... 라는 생각이 드는 건 나뿐일까? 


결국은 불우한 젊은 시절을 딛고 자유롭고 독립적인 여성으로서 파리에서 무용가로서 크게 성공한 부분은 존경할만한데, 그 뒤로는 그 성공을 주체하지 못하고 사치와 허영에 찌들어 빚에 쫓기고 젊은 날의 인기에 집착하여 노추를 보이다 독일군의 함정에 빠진 것으로 밖에 생각이 되지 않는다. 그것을 200페이지에 걸쳐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며 합리화를 하려고 한 안쓰러운 졸작이라고 하면 지나친 평가일까? 물론 마타하리가 독일군을 위해 스파이짓을 하고자 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런데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독일군을 위해서 스파이짓을 했었어도 훌륭한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여성일 수도 있고, 프랑스군을 위해서 그랬어도 그저 사치와 허영심 많아 꾐에 빠진 노추일 수도 있다. 내가 책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받은 인상은 후자였다. 


그리고 마지막에 러시아 군인과의 사랑에 빠진 것이 유죄선고에 큰 영향을 끼쳤고, 그 남자가 증언을 한 것이 마타하리에게 큰 상처가 되었다는데, 너무나 책을 서둘러 끝내려는 듯이, 어쩌면 큰 몰입감과 재료가 될 수도 있었을 그 소재를 두 문단에 걸쳐서 요약해 끝내버린다. 소설을 읽다가, 소설가가 이 책을 빨리 끝내고 싶어 후루룩 넘어간다는 인상은 생전 처음 받았다. 정말로 졸작 중에 졸작이다. 파올로 코엘료가 내가 좋아하는 작가 중 하나가 아니었으면 아마도 1점을 주었을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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