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York (2017 – 2021)

[2019.07.17]일상

Author
Irealist
Date
2019-07-17 18:35
Views
683
오늘은 그저 일기를 오랜만에 써야겠다고 생각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딱히 쓸 것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는데 막상 일기를 한 편 써보려하니 이 것이 보통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일이 아니란 생각도 든다. 육체적 에너지라기보다는 어떤 감정적 에너지가 필요한데, 감정적 에너지 중에 가장 강한 것이 분노, 후회 등임을 생각해보면 가장 일기를 많이 쓴 시기가 군시절이었던 것도 의외는 아니다.
 
일단 일기를 위한 일기를 쓰게 되었으니 요즘 일상부터 적어본다. 주중에는 회사를 나가는데 회사가 금요일은 재택근무를 허용하는 분위기라 주 4일은 출근하고 마지막 날은 집에서 일을 한다. 보통 7시 반 정도 일어나서 샤워를 하고, 아침 식사는 간단히 빵 같은걸 먹을 때도 있고 과일을 먹을 때도 있고 안 먹을 때도 많다. 8시 정도 나가면 8시 20분 페리를 탈 수 있다. 맨하탄 서쪽의 허드슨 강을 따라서 맨하탄 남부까지 대략 15분 정도 페리를 타면 부두에 도착한다. 예전에 지하철을 탈 때는 끼어타느라 죽을 맛이었는데 페리는 모두 앉아갈 수 있을 정도로 널널해서 좋은데 비싸긴 하다. 지하철 비가 한달에 100달러 정도인데 페리는 360달러 가량 한다. 페리에서는 교보문고나 리디북스 앱을 이용해서 여러 책들을 읽는데, 올해는 이영도 소설에 꽂혀서 전집을 통독했다. 부둣가에 내리면 한 블럭 정도에 바로 회사 건물이 있고, 사무실에 가면 8시 50분 정도가 된다. 세 시간 근무하고 12시가 되면 정욱이와 점심을 먹으러 나가는데, 회사 건물의 카페테리아에서 샐러드를 먹거나, 오바오라는 태국 레스토랑을 가거나, 피자집을 가거나 해서 점심을 먹고서는 해변가를 조금 산책하고 들어간다. 그러고 4시 30분 정도 되면 퇴근해서 4시 46분 페리를 타고, 집에 도착하면 약 5시 15분.
 
집에 돌아오면 보통 와이프가 아기에게 이유식을 주고 있고, 그러면 그 옆에서 우선 저녁을 먹는다. 와이프나 나나 운동에 대해서 게으르기 짝이 없어서, 서로 운동해야한다 해야한다 하면서도 거의 하는 일이 없이 지내다가 최근에야 열심히 하게 되었는데, 새로운 방안을 고안했기 때문이다. 각자가 격일로 번갈아가며 운동을 하러 갈 "권리"를 가지는데, 가서 한 시간 운동하고 오면 그 날은 다른 한 사람이 아기와 저녁에 놀아주고 재우는 것까지 책임지기로 했다. 만약 내가 운동을 하러 갈 차례인데 가지 않으면, 와이프가 대신 운동을 갈 수 있으며 그럼 그 날은 내가 아기를 책임져야 한다. 이 방법을 쓰고 나서는 둘다 운동을 거르는 일이 없게 되었다. 운동을 하러 가서는 걷거나 뛰거나 사이클을 하면서 미스터 선샤인을 시청한다. 나는 인생에서 본 한국 드라마가 정말 몇 개 안될 정도로 드라마는 잘 안보는데, 운동하면서 딱히 할 일이 없어서 보기 시작했더니 너무 재미있어서 운동 갈 때마다 본다. 물론 운동을 얼마나 안했는지 아직도 초창기다. 운동이 끝나고 나면 나머지 시간은 올해는 스탠포드 수업 숙제하는데 거의 다 보내거나 딥러닝/강화학습 관련 대회 코딩을 한다. 이것도 저것도 하기 싫을 때는 게임을 몇 판 하기도 한다.
 
주말은 주로 가족과 보낸다. 가족과 보내지 않으면 와이프가 화가 난다. 와이프가 화가 나면 스트레스는 내게 온다. Happy wife happy life... 고로 최근에는 동물원에 가거나, 수족관에 가거나, 나가서 브런치를 먹거나, 쇼핑을 하거나, 그렇게 보낸다. 아기가 있으니 집에 있는 것보다 차라리 밖에 나가는 것이 훨씬 나은데, 그럼 적어도 나를 재미없다는 듯이 쳐다보는 아기를 재미있게 해주기 위해 춤을 추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월요일이 돌아온다. 뭐 내 일상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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