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York (2017 – 2021)

[2020.08.06]명상 1일차: 수신의 심리학

Author
Irealist
Date
2020-08-06 10:25
Views
2569

성공하는 것이 큰 것에 있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불량 식품 먹고 싶을 때 참을 줄 알고, 운동해야 하는 것을 알면 운동하고, 그러한 소소한 것들을 할 수 있으면 성공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데, 나는 아직도 그런 수신에서 한참 멀었다. 뭔가 계획한 것을 해야지하면서도 끊임없이 미루고, 뭔가 하지 말아야지 하고서도 도돌이표처럼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매번 방학이 시작되면 거창하게 계획을 짜 놓고, 끊임없이 미루다가 방학 일주일이 남으면 부랴부랴 밀린 것들을 하다가 다음 방학으로 완전히 미뤄버린다. 그 짓을 25년 남짓 해 왔다. 이즈음이면 이제 단순히 의지나 동기로서는 변화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을 때도 되었다.

도대체 이 굴레에서 언제 벗어날 수 있을까. 벗어날 수 있기는 한 걸까? 공자는 70살이 되어서야 마음 내키는 대로 해도 법도에 어긋남이 없다고 했다.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심리학 공부를 시작한 동기는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막상 공부를 시작하고 나서 참 좋다고 느낀 점은 나 자신에 대해서 더 잘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기 절제력이 강한 사람은 뇌의 회백질이 많다던가, 중독의 기제가 어떻게 도파민 뉴런을 통해 형성 된다던가하는 지식을 통해, 예전 같으면 무언가 규칙적으로 하고자해놓고 실패하면 단순히 의지의 부족으로 치부하고 재도전하고 또 실패했을 것을, 이제는 다른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내게는 자유 의지가 없다. 내가 자유 의지라고 느끼는 것의 대부분은 허상이다. 내가 이제까지 실패한 모든 것의 원인은 결국은 나의 뇌에 있었고, 하려고자 하는 테스크나 동기 부족에 있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나는 근본적으로 밑빠진 독의 밑을 메우려 하지 않고, 물만 계속 붓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 계획을 짜 보기로 했다. 내가 하고자 하는 것 - 심리학 공부, 통계 공부, 코딩 - 들을 목표로 잡는 것이 아니라, 내 뇌의 회백질을 늘리고 현재 내가 중독되어 있는 자잘한 것들(예를 들어 스마트폰)에서 벗어나는 것을 우선 목표로 잡기로 했다. 회백질을 늘리기 가장 좋은 방법은 명상이라고 한다. 명상은 다양한 방법으로 가능하다. 조깅도, 기도도 명상의 일종이고, 아니면 말 그대로 명상을 해도 된다.

우선 오늘부터 1일차 - 6시 반에 일어나서 23분간 1.6마일 조깅을 했고, 턱걸이 50개를 하고(물론 제대로 50개는 아니다), 기도를 했고, Muse로 15분 명상을 했다. 신문을 읽고, 선식을 마셨다.

아마 3일 정도 갈 것 같지만 일단 여기에 적으면 4일까지도 하지 않을까 싶어서 올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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