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York (2017 – 2021)

[2018.01.02]악의 근본

Author
Irealist
Date
2018-01-02 16:39
Views
351

요즘 홍콩에서 있었던 일들을 돌아보다 종종 그런 생각을 하고는 한다. 악은 어디서 올까. 악인은 어떻게 해서 태어나는 것일까. 사실 나는 살아가면서 절대적인 순수한 악인은 보지 못했다. 내가 그저 싫거나 안맞는 사람들은 많았지만, 그리고 악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 사람들이 절대적인 악인이라던가, 이유없이 순수히 악을 행하는 사람들인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홍콩에서 있을 시절 알던, 작년에 구속되었다고 들은 그 분도, 나는 결코 악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게 한때 정말로 미워죽겠던 사람이지만, 상황이 그랬던 것이지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 


악이 어디서 올까 생각하다 두 가지 소스가 있단 생각을 했다. 하나는 결핍, 그리고 또 하나는 과욕이다. 결핍은 많은 것들을 의미하지만, 정신적인 결핍이 있을 경우, 거지근성, 질투, 자격지심 등의 부정적인 마음들이 생겨나고 이러한 마음들이 바로 '다른 면에서는 선한 사람들'의 악행을 야기한다. 물질적인 결핍이 있을 경우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무엇이 굳이 결핍되지 않더라도, 과욕이 악을 야기하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동전의 양면이기도 한 것이, 절대적인 기준에서는 결핍이 아닌 상태에서 과욕이 결국 결핍을 불러오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은 선악이란 욕구에 관련된 마음의 균형에서 비롯된다고 하면 지나친 비약일까. 나의 욕구가 나의 그릇이나 여건에 비해 지나치면 이것이 결핍을 야기하고, 부정적인 마음과 악행으로 이어진다. 물질적인 욕구와 관련한 예를 들자면, 여건이 안되는데 과욕을 부리면 도박을 하던지 사기를 치던지 타인의 재물을 뺏는 수밖에 없다. 반면 나의 그릇이나 여건에 비해 욕구가 크지 않으면 마음이 평온하고 결핍이 없어 부정적인 마음이 쉽사리 들지 않고 이타심도 생겨난다. 동일한 재물 수준을 가지고 그것이 모자라다 생각하고 지나치게 더 많은 재물을 원하는 사람의 마음 속에는 악의 씨앗이 생겨나는 것이고, 그것이 넉넉하다 생각하고 만족하고 여유를 가진 사람은 악을 행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다보면 '착하게 사는 것'이 결코 남에게 베푸는 선행을 얼마나 하는가, 혹은 악행을 얼마나 하지 않는가의 문제가 아니란 것을 깨닫는다. 선은 바로 중용이고, 악은 그 균형이 깨진 상태이니, 나 자신의 욕망을 다스려 중용을 지키는 것이 악행을 일삼지 않고 선행을 하기 위한 본질인 것이다. 악한 행동, 선한 행동 그 자체는 이 본질에서 비롯되어 표면으로 나타나는 결과에 불과하다. 트레이딩에 빗대어 본다면 전략 자체가 통계적으로 좋은 전략인지 나쁜 전략인지가 본질이고, 매일 나타나는 수익과 손실은 그저 표면으로 나타나는 결과에 불과한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사람들이 수익과 손실에 온 정신이 쏠리는 것처럼, 선악에 관련해서도 선행과 악행에 대해서만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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