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York (2017 – 2021)

[2017.10.17]과거와의 대화

Author
Irealist
Date
2017-10-17 23:31
Views
531

가끔 지난 날을 돌아보면 단순히 어떤 행위에 대한 후회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 당시의 인격 자체에 대한 후회를 하고는 한다. 그리고 그럴 때면 지금의 내가 조언자로서, 과거의 나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 줘야 그러한 인격에서 얼른 벗어나 더 성숙해질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그게 가능하기는 할까. 이전에 내게 좋은 조언을 해 준 멘토나 친구들은 수없이 많았다. 그러나 내가 자존심과 고집이 세서 그런건지, 아니면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런건지 몰라도, 결국은 타인이 아무리 좋은 조언을 해 줘봤자 그 순간에만 반짝할 뿐, 결국은 본래대로 회귀하여 습성대로 살아가고 마는 것이다. 


그럼에도 과거로 돌아가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면 나는 어떤 시점으로 돌아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을까, 곰곰히 생각해보면 2014년으로 돌아가서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스트레스 받지 말라고 하고 싶다. 당시에 선택을 잘못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은 아니다. 따지고보면 당시의 연속적인 잘못된 선택과 실패가 나를 막다른 길로 몰아 데이터 사이언스 석사를 가게 만들었고, 그것이 전화위복이 되었으니까.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당시의 내게 다 전화위복이 될테니 스트레스 받지 말라고 해도 정말 스트레스 받지 않을 수 있었을까. 가만히 생각해보면 당시에 우리 부모님이 내게 누누히 해주셨던 말씀들이 아닌가. 


사람의 일은 정말로 오묘한 구석이 많다. 2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까지는 내가 억세게 운이 나쁘다는 생각을 했는데, 지금은 그렇게 운이 좋을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한다. 커리어에 실패하여 이미 사양산업인 메뉴얼 트레이더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었던 것도 그렇고, 당시 전공을 데이터 사이언스와 컴퓨터 사이언스 사이에서 고민을 하다가 내가 과거에 쌓아놓은 코딩 백그라운드가 없었어서 전자를 선택한 것도, 당시에는 어쩔 수 없던 선택들이 지금에는 최상의 선택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사람 일은 정말 오묘한 구석이 많다. 


그런 생각을 하다보면 결국 과거의 내게 말해줄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데까지 생각이 미친다. 결국은 물 흐르듯 살아가며 전화위복 호사다마 두 글귀만 생각하면 되는 것이다. 얼마 전 켄쇼 취직이 확정되고, 많은 좋은 일들이 생기기 시작하자, 문득 겁이 나기 시작했다. "다음에 내게 닥쳐올 불운은 무엇일까, 어떻게 대비를 해야 할까"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이것이 반드시 좋은 면만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적어도 내 인생의 변동성을 조정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불운이 닥쳐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행운이 닥쳐도 지나치게 기뻐하지 않는 법을 배워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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