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York (2017 – 2021)

[2020.04.03]트레이딩

Author
Irealist
Date
2020-04-03 20:37
Views
653

지난 한 달 남짓가량 오랜만에 트레이딩을 집중해서 했다. 수익은 냈지만 수면도 부족해지고 내 다른 일이나 공부도 완전히 뒷전으로 되서 잠시 휴식을 하려 한다. 정말 정신적, 육체적인 소모가 심하다. 내가 어떻게 이 짓을 직업으로 삼아 4년이나 매일같이 했을까, 싶다.

그래도 트레이딩은 가끔 한번씩 하면 정말 많은 것을 깨닫게 해 준다. 먼저, 내 수신의 정도를 체크하는 척도를 제공한다. 사람이 일상을 살아가면서 감정의 부침을 겪는 날은 이따금씩 찾아오지만, 데이터를 모을만큼 지속적으로 계속되는 일은 그렇게 흔하지 않다. 트레이딩을 한다는 것은 어느 정도 감정의 부침을 작위적으로 일으켜 내 마음의 작용을 꾸준히 관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 그래도 나는 2010년부터 10년간, 빈도와 사이즈는 다르지만 매년 어느 정도는 트레이딩을 해왔다. 20대에는 어느 정도 액수가 커지면 감정의 고삐가 풀리고 돈에 휘둘리는 것을 느꼈는데 30대에는 그것이 차츰 개선되었고, 특히 결혼하고 아빠가 된 이후에는 그래도 감정을 다시 다잡는 수련이 점점 되고 있다. 물론 아직도 휘둘리긴 휘둘린다. 그래도 정도가 예전만하지는 않다.

하지만 트레이딩을 해서 돈을 벌게 되면 금새 방만해지는 것은 이번에도 고쳐지지 않았다. 금방 그런 생각이 든다. '회사 다녀서 뭐해, 차라리 전업으로 할까?'라는 생각. 그러면서 강화학습 공부나, 심리학 공부가 뒷전이 되어 버린다. 들어오는 돈에 눈이 머는 것이다. 나는 트레이딩을 할 때마다 돈이 반지의 제왕에서 나오는 반지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 누구든지 자신은 반지의 시험을 통과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대다수의 사람은 반지를 눈 앞에 두면 탐욕의 화신이 되어 버린다. 돈도 마찬가지다. 누구나 돈 앞에서 초연해야지, 나는 만약 로또가 되면 얼마는 저축하고 원래 생활 계속해야지, 그러한 생각들을 한다. 하지만 정작 벼락 부자가 되면 쾌락을 좇고, 이혼하고, 타락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트레이딩을 가끔 한번씩 하는 것은 돈에 대한 백신을 맞는 것과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내 주머니에 어느 정도의 돈이 나가고 들어오는 것을 겪고 그에 따른 내 감정 변화를 관조하면서, 지금의 나는 아직까지도 반지 앞에서 초연할 수 없이 타락하겠구나, 한번 확인하는 것이다. 반지의 제왕에 보면 반지 앞에서 타락하지 않는 대표적인 두 부류 - 호빗과 간달프 - 가 상징하는 바는, 재물 앞에 초연할 수 있는 부류는 순진한 부류 혹은 단련을 통해 초연해진 부류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내가 거듭 생각하는 것은, 순진함은 선도 아니고 정의도 아니고 그저 무지에서 오는 일시적인 상태다. 결국 우리는 모두 단련을 통해 재물욕과 권력욕과 명예욕에서 초연할 수 있는 경지까지 이르는 수밖에 없고, 그러한 수신이 우리 삶의 큰 지향점이 아닐까 싶다. 공자가 마흔에 이르렀다고 하는 불혹이 아마 그런 의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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