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York (2017 – 2021)

[2020.03.02]수명

Author
Irealist
Date
2020-03-02 21:36
Views
783

미국에는 180세까지 살겠다며 주기적으로 전신 줄기세포 시술을 받는 창업자가 있다. 솔직히 개오바에다 자기 비즈니스 광고하려는 마케팅이라고 생각하지만, 어찌되었든 노화에 관한 연구가 진전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최근에 수신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했는데, 수명이 이렇듯 연장되고 과학이 점점 발달하면서 수신이 필요한 시대는 종말을 고하게 되어 있는 것 같다. 사람이 쾌락을 마냥 좇지 않아야 되는 이유, 즉 수신을 하고 중용을 지켜야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유교적인 개똥철학은 차치하고 말하면 그저 과도한 쾌락 후에 오는 반대급부, 락의 대가인 고를 피하기 위해서다. 고기만 마냥 먹으면 살이찌고 고혈압이 오고, 단 음식만 마냥 먹으면 당뇨병이 온다. 인생은 원래 하고 싶은 것만 하면 망한다. 그런 고통들을, 과학이 해결해 주고 있는 것이다. 살이 찐 것은 지방흡입으로 빼면 되고, 건강 관리하지 않으면 현재는 돌이킬 수 없지만 의학이 충분히 발달한 후에는 얼마든지 돌이킬 수 있을 것이다. 이미 개구리의 심장세포로 인공생명을 만드는 것도 성공했고, 인간 복제 기술도 발전하여 장기도 배양 가능해지고 있다.

처음에는 인간이 그렇게 영생을 얻고 쾌락에 대한 대가를 더이상 지불하지 않게 되면 그때부터 인간은 타락하기 시작하여 그리스의 신들처럼 되지 않을까 했다. 고락에서 고가 사라져서 락만 좇는 세계. 지옥은 화염으로 불타는 것과같은 유치한 컨셉이 아니라, 쾌락을 좇는, 수신이 사라진 소돔과 고모라같은 인간 사회를 상징하는 개념이 아닐까 싶었다. 그런 맥락에서 천국은, 마찬가지로 고락이 사라졌지만 그것은 쾌락을 좇음에도 대가가 따르지 않는 것이 아니라 수신이 되는 인간들만이 있어서 고희, 마음가는대로 행동하여도 넘치는 일이 없어 고를 겪지 않아도 되는 세상 아닐까 싶었다.

그런데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쾌락에 대한 대가를 더이상 지불하지 않게 되면 단기적으로는 쾌락에 탐닉할지는 몰라도, 한계 효용의 법칙 때문에 쾌락 행위들에서 얻는 쾌락의 양이 점차 줄어들게 됨에 따라 아무리 쾌락에 탐닉해도 예전과 같은 즐거움을 느낄 수 없게 된다. 그 지경에 이르게 되면 결국 뇌과학을 통해 인간의 한계효용 함수 자체를 조작할 수 밖에 없는데, 그것이 가능할까?

쾌락이라는 것에는 육체적으로 작용하는 기전도 있지만 그보다는 정신적인 작용이 더 크다. 그러므로 한계효용 함수 자체를 변형한 인간은 더 이상 인간과 같은 사고를 하지는 않을 것이다.

산으로 가는 생각들을 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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