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 6시 반

아침: 기도 안함, 신문 대충 봄

운동: 배 놓쳐서 조금 뜀

조식: 베이컨 소세지 롤빵

중식: 샌드위치 파스타

석식: 집에서 스프링롤

일과: 오전 오후 회사 업무, 저녁 공부

공부: 텐서플로우 9과, 퀀트 37과

일기: 

- 오늘 에센피 글로벌 본사에서 8시간짜리 회의가 있었다. 회의를 지극히 싫어하는 나로서는 죽을 맛이었으나 새로 맡은 프로젝트에 중요한 회의라 자꾸 산만해지는 주의를 붙들고 집중하려 노력했다. 

- 집에서 본사까지는 페리를 타고 갔는데, 월가 바로 옆블럭에 32 Old Slip 건물이 있었다. 골드만이 예전에 이 건물에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불현듯 2010년에 이 근처에 왔던 기억이 났다. 막 군대를 제대하고 나서 부랴부랴 인턴십을 찾는데, 뉴욕대 경영대 학생들은 대부분 인턴십을 1, 2학년부터 해서 그걸로 3학년 인턴십을 구했기 때문에 아무런 경력이 없는 나로서는 좋은 곳을 찾기가 힘든 형편이었다. 더군다나 OPT를 아직 못썼기 때문에 무급 인턴으로 찾아야만 했다. FXCM이라는 외환거래브로커가 있었는데 그곳에서 한국어 번역 인턴을 구한다고 해서 지원해서 갔던 것이 아마 내 인생 거의 최초로 어렵게 받은 면접이 아니었나 싶다. 면접에서 한국인 여성분이 나한테 번역할 것들을 주었는데 열심히 번역했더니 정말로 마음에 든다고 했다. 하지만 OPT문제로 무급으로 일해야한다니 인사부와 논의해보겠다고 했는데 회사방침상 무급은 힘들 것 같다고 리젝을 먹었다. (아 물론 사실은 번역을 못했다던가하는 다른 이유로 리젝을 먹었을 수도 있겠다) 어찌되었든 왜인지는 몰라도 갑자기 그 기억이 Old Slip이라는 주소명을 보자마자 떠올랐다. 그 날은 몹시 추운 겨울이었던 것 같았는데, 이메일을 검색해보니 1월 초였다. 벌써 그때부터 8년 반이라는 시간이 흘렀구나란 감상에 빠졌다.

- 그 추운 겨울을 생각하면 그 때의 나는 얼마나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때보다 지금이 행복한가, 하면 뭐 아마 그런거 싶은 것 같기도 하면서도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아리송하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