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5.31]사회적 자아
오늘 아침 조깅을 했다. 정말 오랜만에 했다. 사실 전역 이후로 제대로 운동을 해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이제 나도 한계에 다다랐는지 운동을 안하니 몸이 안 좋아지는 것도 느껴지고 심장도 약하게 뛰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이번 주부터 조깅을 시작했다. 달리면서 어떻게 하면 운동을 지속적으로 할 지에 대해 고민을 했다. 왜냐하면 이러고서 또 며칠 지나서 게을러지는 것이 나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다른 동생이랑 같이 리버티 공원까지 뛸까? 라는 생각을 했고, 그 때부터 왜 혼자 달리는 것보다 다른 사람이랑 달리면 지속 가능성이 높아지는지, 혹은 높아지지 않는지에 대해 생각이 미쳤다. 분명히 다른 사람과 함께 하면 조금 더 오래 하게 된다. 돈내기를 하면 더 오래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이해가 된다. 무언가 잃을 것이 많아질 수록 지속 가능성은 당연히 높아진다. 타인과 함께 운동하자고 하는 것에도 금전적인 것은 아니지만, 어떠한 약속을 함으로써 본인에 대한 신뢰를 잃을 수 있으니 그로 인해 지속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설명도 가능하다. 하지만 과연 그것 뿐일까?
곰곰히 생각하다 그것은 아마 내면적 자아와 사회적 자아의 괴리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면적 자아는 이드에 가까운 동물적인 부분과, 생각이라는 논리적인 부분이 뒤엉켜 있다. 그 두 힘이 뒤엉켜 작용하면서, 자기합리화라는 함정에 좀더 빠지기가 쉽다. 반면 내면적 자아에 충실하면 우리는 사회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없으므로, 사회적 자아는 그에 비해서는 좀더 이성적이고 이타적이다. 운동을 하자라는 결심을 혼자서 하게 되면 내면적 자아 속에서 쾌락본능과 이성이 싸워야만 하고, 생존본능(건강 악화)의 도움 없이는 이런 귀찮고 힘든 행위를 지속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물론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하지만 타인과 함께 운동을 하자고 하게 되면 사회적 자아의 프레임 속에서 행동 원리를 결정하게 되므로, 조금 더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는 선택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내면적 자아와 거리가 가까운, 정말 가까운 타인 - 가족이나 베프 - 와 그런 약속을 하면 쉽게 흐지부지되는 반면, 사회적 자아와 거리가 가까운, 조금 대하기 어려운 타인과 약속을 하면 좀더 지속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가 된다.
여기까지 생각하니 리버티 공원에서 다시 저지 시티쪽으로 다 온 참이었다. 요즘은 자꾸 이런 생각들을 해놓고서 곧 깜빡하는 경우가 많아서 돌아오는 길에 계속 잊지 않으려고 되새기고 되새겼다. 그러고도 집에 와서 청소기 돌리고 샤워하고 나서 잊고 있다가 얼른 앉아서 쓴다.
이 생각에 대해 일기를 쓰기 시작하니 또 드는 생각은, 내가 이제까지 일기를 써온 것이 내게 굉장한 도움과 효용을 준 것은 알고 있었고, 그 이유를 어느 정도는 설명할 수 있었지만 논리적으로 2%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 그런데 내면적 자아와 사회적 자아면에서 생각을 해 보면 이것도 어느 정도 설명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요컨대 이 블로그는, 내가 근시안적인 쾌락추구를 하는 내면적 자아로서 살아가기보다는, 내가 이성적으로 원하는 인생을 살 수 있게 해 주는 훌륭한 도구였다. 그리고 사람은 내면적 자아에서 멀고 사회적 자아에 가까운 행위들을 하면 할 수록 "사회적 성공"은 높아진다. 물론 그 사회적 성공이 과연 인생에서 추구해야할 만한 것인지, 개인의 행복과 직결되는 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하지만 오늘은 더 이상 생각하기가 귀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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