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York (2017 – 2021)

[2016.09.13]홍콩을 떠난 이유

Author
Irealist
Date
2016-09-13 23:39
Views
1145

내가 1년 반 동안 한국-홍콩에서 보낸 시간 동안 깨달은 값진 교훈이 있다면, 바로 구두 약속을 믿지 말라는 것이었다. 말로는 심장을 다 빼줄 것처럼 하다, 막상 내쪽에서 의사 표시를 하니 내 전략만 알아간 사람도 있었고, 온갖 휘황 찬란한 비전을 제시하고 거물인 것처럼 행동하면서 실제로는 속 빈 강정에 사기꾼이어서 구속된 케이스도 있었다. 또는 본인의 직급을 속이면서 회사 임원 행세를 하며 네트워킹을 하는 사람도 보았으며, 횡령하는 사람, 돈세탁하는 사람, 내부자 거래를 하는 사람, 가정이 있으면서 매춘하는 사람, 회사돈으로 도박하는 사람 등과 모두 마주했다.


내가 홍콩을 떠난 이유를 자세하게 말할 수 없다. 왜냐하면 시카고에 있을 때와 달리 많은 한국인들이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도 본인 나름의 명예가 있다. 하지만 내가 홍콩을 떠난 이유를 두리뭉실 말하자면 저 위 모든 것들 때문이었다. 보스턴이나, 홍콩이나, 내가 시원하게 내 트레이딩 실력으로 정면 승부하여서 크게 깨지고 실패했으면 속이라도 시원할 것 같다. 하지만 그러한 기회조차 제대로 갖지 못했다. 정치와 함께 사회의 더러운 모습만 잔뜩 보고 왔다. 


그럼에도 나는 계속 되뇌였다. 이 모든 것은 결국 내 실력이 부족해서 일어난 일이라고. 그렇게 되뇌이다 문득 깨닫는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아마도 지난 1년 반 동안 내가 깨달은 가장 값진 교훈이었다. 내 실력을 트레이딩으로 증명할 기회는 갖지 못했지만, 내가 실력이 없다는 것은 이미 간접적으로 충분히 증명이 되었다는 점이었다.


왜냐하면 본질적으로 실력이 있는 사람은 무게 중심이 잡히고 부화뇌동하지 않는다. 그러니 이러한 실수를 하는 법이 드물다. 정녕 실력이 있다면 주위에서 아무리 감언이설을 하더라도 자기 중심을 잡고 냉철하게 사리 판단을 할 수 있다. 그 사람은 급할 것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2년 전의 나는 실력은 없으면서 목표는 높고 욕심은 많았다. 그러니 그러한 말들에 솔깃하고, 그러한 말들에 속고, 그러한 사람들에게 휘둘렸다. 따지고 보면 내가 겪은 모든 일들은 나의 업보였다.


그래서 나는 뉴욕으로 다시 칼을 갈러 왔다. 

내가 겪어온 일들만 생각하면 저절로 공부가 된다.

Total 0

Total 175
Number Title Author Date Votes Views
Notice
[공지]뉴욕 재학 및 재직 중 블로그 글입니다
Irealist | 2016.09.11 | Votes 0 | Views 7543
Irealist 2016.09.11 0 7543
9
[2016.10.15]공부
Irealist | 2016.10.16 | Votes 0 | Views 567
Irealist 2016.10.16 0 567
8
[2016.10.11]진로 고민
Irealist | 2016.10.11 | Votes 0 | Views 651
Irealist 2016.10.11 0 651
7
[2016.09.24]상실감
Irealist | 2016.09.25 | Votes 0 | Views 641
Irealist 2016.09.25 0 641
6
[2016.09.23]수업
Irealist | 2016.09.24 | Votes 0 | Views 654
Irealist 2016.09.24 0 654
5
[2016.09.18]절
Irealist | 2016.09.19 | Votes 0 | Views 699
Irealist 2016.09.19 0 699
4
[2016.09.18]일상
Irealist | 2016.09.18 | Votes 0 | Views 652
Irealist 2016.09.18 0 652
3
[2016.09.14]어두운 생각
Irealist | 2016.09.15 | Votes 0 | Views 875
Irealist 2016.09.15 0 875
2
[2016.09.13]홍콩을 떠난 이유
Irealist | 2016.09.13 | Votes 0 | Views 1145
Irealist 2016.09.13 0 1145
1
[2016.09.12]공부
Irealist | 2016.09.13 | Votes 0 | Views 1304
Irealist 2016.09.13 0 1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