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살아갈수록, 깨닫는 것이 많아지고, 의식의 지평이 넓어진다.
5살은 절대로 초등학생의 의식과 사고 수준을 이해하지 못하고, 초등학생은 절대로 고등학생의 의식과 사고 수준을 이해하지 못한다. 성인이 되었을 때는 이제 내가 다 컸고, 다른 어른들과 동등한 지성을 가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30대 후반이 되고 보니, 30대 초반의 나의 의식과 사고 수준도 낮기 그지 없었다. 40대, 50대가 되면 또 무엇을 볼 수 있고, 어떤 생각을 할 수 있을까.
동시에, 그저 나이가 먹는다고 의식과 사고 수준이 저절로 높아지지 않는다는 사실도 이제는 안다. 나이가 들어서도 사고 수준이 어린 상태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도 심심찮게 보인다. 지나온 시간을 회상해 보면, 만약 내가 지금도 그 사고 수준에 머물러 있는 상태라면 얼마나 회한스러울까 싶다.
새로운 경험과, 그 경험을 부단히 내 생각 속에서 가치있게 소화하려는 노력만이 사고 수준을 높일 수 있고, 그 노력에는 많은 에너지가 든다. 그리고 얄궂게도, 그것을 위한 가장 강력한 에너지원은 고통이다. 그리고 외부적인, 어찌할 수 없는 요인으로 인해 고통을 겪느니, 내 스스로 절제와 노력이라는 고통을 가하는 것이 훨씬 현명한 일임을 이제는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