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이 되어야 제가가 된다는 말은 언제나 곱씹을 수록 맞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수신의 레벨에서, '내가 지향하는 나'와 '실제 행동하는 나' 사이에 괴리가 있을 때는 둘 중 어느 쪽이 이기든 간에 표면적인 마찰은 없다. 둘 간의 갈등이라고 한다면 추후 후회라는 양상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제가의 레벨에서는 동일한 성질의 괴리가 가족 구성원 간의 갈등으로 나타나게 된다. '지향하는 바'와 '실제 행동' 간의 괴리가 지속적으로 좁혀지지 않으면 잔소리, 부모나 가장의 권위를 내세운 강압, 내 주장을 일방적으로 강제하기 용이하도록 상대의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가스라이팅, 어떤 가정에서는 폭력 등으로 나타나게 되고, 그래도 안되면 관계가 파탄나게 된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했으니 그 다음은 치국인데, 현대에서는 치업 정도가 되겠다. 기업이나 직장에서 경영을 하는 것. 제가의 레벨보다 더 먼 타인들과의 생각의 괴리를 어떻게든 좁히든지 원만하게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제가보다는 오히려 먼 타인이고 적당한 예의를 차리는 관계이거나, 이미 상하 관계가 정해져서 의견 충돌 시 누구의 의견을 따라야하는지가 시스템으로 갖춰져 있으니 사실 상의 난이도는 제가보다 낮은 듯 하다.
 
어찌보면 기업의 시스템은 수신제가가 잘 되지 않는 사람들도 치업을 잘 할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