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York (2017 – 2021)

[2018.07.29]조언

Author
Irealist
Date
2018-07-30 02:22
Views
470

나도 선배들에게 조언을 여러 번 구한 적이 있고, 내게도 후배들이 종종 조언을 구해오기도 한다. 그런 와중에 깨달은 바가 있다. 


조언을 구하는 경우에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진심으로 어떻게 할지 몰라서, 조언 자체를 정말로 듣고 싶어서 물어보는 경우. 다른 하나는 소위 말하는 답정너, 이미 마음 속에는 95% 결론이 나 있는데 5%가 찝찝해서 본인이 개운해지려고 물어보는 경우다. 이야기를 조금 하다보면 어느 쪽인지 알아차릴 정도는 되었다.


그리고 이제까지 내가 조언을 구했던 경우, 그리고 내게 조언을 구해온 경우를 종합해서 곰곰히 되새겨보면, 조언의 컨텐츠와는 상관없이 전자인 경우에는 일이 잘 풀리고 후자인 경우에는 일이 잘 안풀리는 경우가 많았다. 조언에 임하는 태도의 문제는 결국은 그 조언의 컨텐츠에 대한 태도의 문제로 확장된다. 전자의 경우 겸손하고 하심한 상황에서 새로운 의견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는 마음가짐이고, 후자의 경우에는 독선적이고 독단적으로 본인의 판단만 의지하는 경우이다. 독선적이고 독단적인 의사결정을 해서 본인이 잘 되고 조직이 잘 되는 경우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투자로 말한다면 전자가 분산투자라면, 후자는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으로 몰빵하는 것이다. 세상 그 어떤 현자도 매사를 옳게 결정할 수는 없다. 바보보다 옳은 결정을 하는 비율은 높을지라도 말이다. 이는 마치 세상 어떤 주식이나 어떤 투자 전략도 100% 승률을 가질 수 없는 것과도 같다. 분산투자는 동일한 리턴을 유지하면서도 리스크를 낮출 수 있는, 금융학계에서 유일한 공짜 점심이다. 고로 이를 활용하지 않는 후자의 의사결정은 어리석음에 다름아니다.


실패확률을 더 올리는 결정적 이유는 바로 그 5%다. 합리적인 분석을 하는 것 같더니 왜 갑자기 미신으로 빠지나할 수도 있지만, 나는 그 5%가 직관 혹은 육감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내가 트레이딩을 할 때 항상 그랬다. 60%의 확률로 딸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40%의 잃을 게 무서워서 조심스러운 접근을 하면 수익을 올리는 경우가 60%보다 많았는데, 정말 90% 이상 확신하면서 아주 미세한 찝찝함을 느끼며 크게 들어간 트레이드는 여지없이 큰 손실을 보았다. 


믿거나 말거나, 어찌되었든 앞으로 내가 누군가에게 조언을 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전자인지 후자인지를 스스로 잘 살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후자일 경우에는 스스로 겸손하고, 하심하여 마음을 추스리고 조언을 구하는 것이 상대에 대한 예의인 동시에 나 자신을 위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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