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애기를 재울 때, 읽을 때 생각을 해야하는 서적을 읽기는 싫어서 아무 생각없이 재미로 볼 소설을 찾다가 1980년대에 나온 대작이라고 들어서 봤는데 굉장히 실망이었다. 누적 1500만 부, 한국에서 100만 부가 팔렸다는데 이해가 되지 않는 수준.

일단은 아무리 1980년대에 나온 작품이라고 해도, 1950년대에 나온 파운데이션 시리즈를 감안하면 미래상 묘사 따위 개나줘버리라는 "시간만 미래, 공간만 우주" 소설이다. 황제, 귀족이라던가하는 시대착오적인 사회상, 테크놀로지면에서 전혀 상상력도 없고 기본적인 노력조차 기울이지 않은 미래상, 어설프게 삼국지 흉내를 내고 싶어한, 그러나 마찬가지로 시대 배경에 전혀 어울리지 않게 창같은 무기로 일기토로 흘러가는 전투씬 등, 기가 차서 말이 나오지 않는다.

두번째는 개연성 따위 개나줘버리라는 소설 전개. 일단 그 미래 시대에 "지구교"라는, 지구를 섬기는 말도 안되는 종교 집단을 출연시키는 것으로 모자라, 그 집단의 광신자가 전 우주에 퍼져 있고, 그 집단의 주요 인물들은 국가 기관을 뛰어넘는 정보력과 수완을 가지고 있어서 소설의 주요 인물들을 죄다 죽여버리는 수완을 발휘. 중반까지 그나마 참고 볼 수 있던 전개에서, 개연성 따위 개나 주고 주요한 터닝 포인트에서 생기는 갭을 죄다 지구교로 설명시켜 버린다. 이렇게 종교라는 것에 대한 기본적인 성찰도 없으면서 민주주의와 전제 국가에 대한 개똥철학은 10권에 걸쳐서 똑같은 논리를 어찌나 그렇게 재탕으로 반복을 해 놓았는지 정신이 혼미할 지경.

게다가 제 2차 세계 대전 이후의 일본 문학 작품들에서 볼 수 있는 서방 세계에 대한 동경과 은근한 열등 의식까지도 극복하지 못하고 은연 중에 다 드러내 놓았으며 선진국임에도 여성 인권은 바닥인 일본의 남성 위주 사회 시각도 - 여성을 비호하는 척하면서 - 절절히 녹여 놓았으니 구제할 길이 없는 작품이다. 거기에 더해 두 주인공 중 하나는 순정만화에나 나올 법한 "금발에 조각같은 미소년"이고 19세에 제국 대장까지 진급, 20 초반에 전 우주 통일을 하고,  다른 주인공 - 아마 작가 본인을 투영하고 싶었던 - 은 30대 동양인 남성인데 마찬가지로 30대 초에 국가 전군을 통솔하고 본인을 동경하던 7살 연하의 금발 여성이랑 결혼한다. 말 그대로 일본 남성의 몽정기라고 하면 되겠다.

중반부터 읽기 싫은데 결말이 궁금해서 꾸역꾸역 봤는데 정신 공격 당한 것 같다.